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호주는 왜 다른 방식을 택했을까

저는 '등록금 무료'라는 문구를 보면 일단 한 번 의심하고 보는 편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세금 내는 어른이 되고 나서야 체감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건 진짜였습니다. 2026년 9월 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에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 재원이 실제로 반영됐습니다. 8월 초 업무보고에서 나온 '검토안'이 두 달도 안 돼 예산으로 못박힌 겁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등록금을 없애면 지방대가 살아난다"는 전제, 정말 맞는 걸까요. 마침 오래전부터 비슷한 고민을 해온 나라가 있습니다. 호주입니다. 그런데 호주는 등록금을 '없애는' 쪽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두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정책에서 진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좀 더 선명해집니다.

교육부는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균형장학금' 도입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르면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 전국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등록금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등록금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학생이 내야 할 등록금 전액을 국가장학금으로 대신 채워서 실제 부담을 0원으로 만드는 겁니다. 1학년 1학기는 학점이나 소득 조건 없이 전액 지급되고, 2학기부터는 B학점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지역균형장학금, 두 달 만에 예산 확정 1 8월 5일 업무보고 지역균형장학금 도입 검토 발표 2 9월 1일 예산안 지역·청년 지원 4.4조 원 반영 확정 3 2027학년도 지방 국립대 신입생부터 시행 예정
지역균형장학금 도입은 8월 업무보고에서 9월 예산 반영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2026년 9월 1일 발표된 2027년도 교육부 예산안에는 지역·청년 지원 사업으로 4조 4,655억 원이 배정됐습니다. 21개 지방국립대를 위한 '미래인재성장자금' 6,910억 원 신설도 포함됐고요. 검토 단계였던 정책이 실제 숫자로 들어왔다는 뜻입니다.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은 연간 약 6만 명. 이들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려면 연간 약 2,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방 사립대는 이 흐름에서 빠지면서 형평성 문제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배경에는 숫자가 있습니다. 국회 교육위 조정훈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2025년 9개 거점국립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에서 자퇴한 학생이 총 3만 7,297명입니다.

입학정원 대비로 따지면 연평균 18.2%가 중도 자퇴한 셈입니다. 신입생 등록률은 99.7%로 멀쩡한데, 그중 상당수가 1년 안에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더 최근 자료를 보면 이 흐름이 더 뚜렷합니다. 2024년 기준 거점국립대 9개교의 1학년 중도탈락률은 평균 8.1%로, 전체 재적학생 탈락률의 두 배입니다. 그리고 자퇴 사유의 73.7%가 '더 나은 대학을 향한 자발적 선택' — 쉽게 말해 반수·편입입니다. 경제적 사정이나 군 입대 같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는 거죠.

정부가 노리는 건 명확합니다. 학비 부담을 없애서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지지 않게 붙잡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습니다. 지금도 지방 국립대 등록금은 수도권 사립대의 절반이 안 됩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대학 평판과 취업률을 보고 수도권을 택해왔습니다. 등록금을 0원으로 만든다고 이 흐름이 바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지역균형장학금의 조건 중 하나가 '2학기부터 B학점 이상'입니다. 공짜로 주다가 성적 나쁘면 지원을 끊겠다는 취지겠죠. 자연스러운 발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호주는 이미 비슷한 실험을 했다가 정반대 결론을 내렸습니다.

호주는 2022년부터 '이수율 50% 규정'을 시행했습니다. 학사 과정 기준 8과목을 들은 뒤부터, 전체 수강 과목의 절반 이상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부 보조 자리(CSP)와 학자금 대출 자격을 잃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과정은 전액 자비로 내야 하고요.

그런데 이 규정, 2년 만에 폐지됐습니다. 호주의 고등교육 개혁 자문기구인 Universities Accord가 2023년 낸 중간보고서에서 "이 규정이 저소득층·형평성 대상 학생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고, 정부는 2024년 1월 1일부로 이 규정을 완전히 없앴습니다.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일수록 지원이 끊기면 학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논리였습니다. "지원을 조건부로 걸어야 도덕적 해이를 막는다"는 생각과 "조건이 오히려 취약한 학생을 밀어낸다"는 생각이 실제 정책에서 부딪힌 사례인 셈입니다. 한국이 지금 넣으려는 B학점 조건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지켜볼 지점이 하나 생긴 겁니다.

호주의 기본 틀은 처음부터 달랐습니다. 등록금을 없애는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내주고 졸업 후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국세청을 통해 나눠서 갚게 하는 소득연계 상환 대출, HECS-HELP입니다.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등록금, 두 나라의 접근 방식 한국 호주 방식 등록금 완전 무상 소득연계 상환형 대출 상환 의무 없음 (장학금) 소득 약 6,300 만원↑부터 성적 조건 2학기부터 B학점 이상 없음 (폐지됨) 사립대 적용 별도 (반발 중) 별도 대출 (FEE-HELP)
한국은 무상 장학금, 호주는 소득연계 상환 대출로 등록금 문제에 접근한다
  • 무이자이지만, 매년 6월 물가·임금상승률 중 낮은 쪽으로 잔액이 조정됩니다. 2026년 지수화율은 2.8%.
  • 상환 의무는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어야 시작됩니다. 2026-27년 기준 6만 9,528호주달러(약 6,300만 원). 이 밑이면 재학 중이든 졸업 후든 한 푼도 안 갚아도 됩니다.
  • 2025년 7월부터는 계산 방식도 바뀌어서, 소득 전체가 아니라 기준선을 넘은 금액에 대해서만 15센트씩 상환합니다. 덕분에 상환 의무 대상자가 약 8만 명 줄었다는 분석도 있고요.
  • 2025년 6월엔 기존 대출 잔액 전체에 일괄 20% 감면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호주는 "등록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라 "갚는 부담을 소득에 맞춰 조절해주는" 쪽으로 형평성 문제를 풀어온 겁니다. 지방·오지 학생에게는 등록금이 아니라 따로 정착 비용을 지원합니다. 고교 졸업 직후 지방을 떠나 대학에 가야 하는 학생에게 300만~500만 원 상당(3,000~5,000호주달러)의 이주지원금을 주고, 캠퍼스가 없는 지역엔 화상강의·학습공간·컴퓨터를 갖춘 '지역 학습 거점'을 세워둡니다. 등록금이 아니라 '이동 비용'에 지원을 몰아준 셈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한국에도 호주 HECS-HELP와 구조가 거의 똑같은 제도가 이미 있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입니다.

등록금 전액에 생활비까지 대출받을 수 있고, 금리는 1.7%(6년째 동결). 상환은 연 소득이 3,037만 원을 넘어야 시작됩니다. 2026학년도부터는 소득 요건까지 없어져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됐고요.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한국은 이미 호주식 소득연계 상환 모델을 전체 대학생 대상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 국립대에 한해서는, 상환 자체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 무상' 모델을 별도로 하나 더 얹으려는 겁니다.

두 제도를 나란히 놓고 보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미 있는 상환형 대출을 지방대생에게 더 유리한 조건(예를 들어 상환 기준 소득을 낮추거나 이자를 없애는 식)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완전히 새로운 무상 트랙을 만들었을까 하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아직 공개된 자료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지방 사립대의 반발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왜 국립대생만 세금으로 공짜냐"는 겁니다.

사실 호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HECS-HELP는 원칙적으로 정부 보조 자리(CSP)에만 적용되는데, 이 CSP는 대부분 공립대에 배정됩니다. 사립대는 CSP를 거의 못 받고, 대신 정부 보조 없이 학비 전액을 대출로 충당하는 FEE-HELP를 씁니다. 대출 한도도 따로 정해져 있고요.

즉 호주 역시 국공립과 사립 사이에 지원 구조가 갈리는 나라입니다. 다만 호주는 두 트랙 모두 '무상'이 아니라 '상환형 대출'이라는 같은 틀 안에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한국처럼 한쪽은 완전 무상, 다른 쪽은 기존 대출이라는 식의 격차가 아니라는 거죠.

호주 제도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등록금 자체를 전공별로 다르게 매긴다는 겁니다. 2021년 도입된 'Job-ready Graduates' 개편으로, 학생 부담액이 4단계 밴드로 나뉩니다.

호주, 전공마다 다르게 내는 등록금 가장 저렴한 구간 농업 · 교육 · 수학 연 학생부담금 4,738호주달러 중간 구간 공학 · 컴퓨팅 · 과학 연 학생부담금 9,537호주달러 중상위 구간 의학 연 학생부담금 13,558호주달러 가장 비싼 구간 법학 · 경영 · 경제 연 학생부담금 17,399호주달러 의학은 중상위 구간 — 가장 비싼 법·경영보단 저렴하다
2026년 기준, 호주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공일수록 학생 부담을 낮춘다
  • 가장 싼 구간(연 4,738호주달러): 농업·임업·영어·수학·교육 — 국가가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분야
  • 중간 구간: 컴퓨팅·공학·과학 등
  • 의학은 그 위 구간(연 1만 3,558호주달러)
  • 가장 비싼 구간(연 1만 7,399호주달러): 법학·경영·경제 — 졸업 후 고소득이 예상되는 전공

"의대는 혜택이 더 많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정반대에 가깝습니다. 다만 의대·치대·수의대는 학비 총액 자체가 워낙 커서, 정부가 대출 한도만큼은 다른 전공보다 훨씬 넉넉하게 잡아뒀습니다(2026년 기준 일반 전공 12만 9,883호주달러 대비 의대·치대 계열은 18만 6,544호주달러). 학비를 깎아준 게 아니라, 큰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대출 한도를 넓혀준 것뿐입니다.

이 발상 자체는 지금 한국의 논쟁과도 연결됩니다. "지방 국립대"라는 지역 기준으로 한 번에 무상 처리할 게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공이나 진로를 기준으로 지원을 달리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이 나올 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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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면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등록금을 없애는 게 지방대 위기의 답이 맞을까요.

호주 사례를 보면 답은 조금 회의적입니다. 호주는 등록금 자체보다 '이동 비용'과 '상환 부담'을 조절하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그리고 성적 조건 같은 장치는 오히려 형평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걷어냈고요. 반면 한국은 등록금을 통째로 없애면서 성적 조건은 새로 넣었습니다. 방향이 정반대인 셈입니다.

물론 한국의 지방대 위기가 호주와 똑같은 원인은 아닙니다. 수도권 집중이라는 한국 특유의 구조도 무시할 수 없고요. 다만 등록금이 이미 저렴한데도 학생들이 수도권을 택해온 현실을 보면, 등록금 하나만으로 문제가 풀릴 거라 기대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2027년부터 실제로 이 정책이 시행되면, 자퇴율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정말 지역에 남는 학생이 늘어나는지를 눈여겨보시길 권합니다. 그 결과가 나와야 등록금이 진짜 원인이었는지 아닌지 판가름이 날 테니까요.


참고 자료

  1. 내년 지역 국립대 등록금 '0원'… 신입생 6만 명 전액 장학금 추진 — 한국일보, 2026-08-05
  2. 2027년 교육부 예산 117.6조 원 '역대 최대' — 아주경제, 2026-09-01
  3. 거점국립대 연평균 자퇴율 18%…"서울대 10개 만들기, 중도 이탈 문제 개선돼야" — 한국대학신문, 2025-09-10
  4. 지방국립대 '등록금 0원' 추진...자퇴시 환수 안하면 도덕적 해이 우려 — 머니투데이, 2026-08-06
  5. Removal of the 50% pass rate requirement — 호주 연방 교육부 공식, 2023
  6. HECS Repayment Threshold 2026-27 — 세무 전문 매체(ATO 데이터 기반),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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