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리는 회계사·변호사, 전문대 유턴이 역대 최대인 이유

저는 원래 '전문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안정성을 떠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변호사, 회계사 — 시험만 통과하면 평생 밥벌이는 걱정 없다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통계를 보다가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4년제 대학을 그만두고 전문대로 돌아가는 학생이 늘어난 건 반도체가 그저 잘나가서가 아닙니다. AI가 '신입 전문직'의 자리부터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험엔 합격했는데, 자리가 없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 유턴 입학생은 2,5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769명과 비교하면 41.3% 늘어난 숫자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2024년 기준 전문대 취업률은 72.1%, 일반대학은 62.8%로 나옵니다. 9.3%포인트 차이인데요, 최근 5년 사이 이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해가 올해입니다.

숫자만 보면 "그냥 반도체 대기업 채용이 많아서겠지" 싶으실 텐데요. 정작 흥미로운 부분은 정반대 쪽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떠나는 쪽' —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고도 갈 곳을 못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회계사 시험엔 붙었는데, 실무 수습 자리가 없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도 정식 등록을 하려면 1년 이상 실무 수습을 받아야 합니다. 이 수습 기관을 못 구해서 대기하는 사람을 '미지정 회계사'라고 부르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2024년 합격자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미취업 상태이고, 어느 대학 출신 미지정 회계사는 2023년 5명에서 2년 만에 30명으로 6배가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AI 확산과 연결짓습니다. 경희대 학보 보도를 보면, 과거 1~3년 차 주니어 회계사가 맡던 전표 대사, 데이터 검증, 기준서 검토 같은 업무가 AI 감사 도구로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급도 늘긴 늘었습니다. 금융위가 선발 인원을 2024년부터 1,250명으로 늘렸는데, 정작 회계법인 채용은 그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026년 1차 시험 응시자는 전년보다 14% 줄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들 만큼, 체감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겠지요.

변호사도 사정이 비슷할까? — '양극화'라는 더 정확한 표현

변호사 쪽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한국경제 분석에 따르면 김앤장·태평양 등 10대 로펌의 2026년 신입 변호사 채용은 234명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3.1% 늘었습니다. 노동 분쟁, 공정거래 관련 소송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사가 동시에 지적하는 게 있습니다. 배지를 달고도 갈 곳을 못 찾는 새내기 변호사가 속출하는 반면, 성적 우수자는 상위 로펌이 서로 데려가려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변호사도 AI 때문에 다 힘들다'는 서술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상위권으로의 쏠림과, 나머지 신입 시장의 위축이 동시에 벌어지는 양극화입니다.

로스쿨 재학생이 직접 쓴 법률신문 칼럼도 눈에 띕니다. 월 3만 원짜리 유료 AI에 최신 판례를 확인하라고만 지시해도, 2026년 민법 객관식 문제를 거의 다 맞힐 정도라고 하는데요. 신입 변호사에게 필요했던 '기본기 채우는 시간'을, AI가 이미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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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문직이 AI에 가장 위험할까?

여기서 궁금해지실 겁니다. 그럼 아예 AI 대체 위험이 낮은 직군은 뭘까요.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보도를 보면 흥미로운 대비가 나옵니다. AI 분석 사이트 '모켓'에 따르면 반도체공학자의 AI 대체 위험도는 약 18% 수준으로, 전체 직업 평균(약 40% 안팎)보다 훨씬 낮습니다. 반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분석은 의사·약사·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라도, 단순 판독이나 표준화된 절차 위주 업무는 AI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짚습니다.

핵심은 '전문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업무인가'라는 얘기입니다. 공정 설계나 수율 개선처럼 사람의 판단이 계속 필요한 일과, 서류 검토나 전표 대사처럼 패턴화된 일은 AI 앞에서 운명이 다릅니다.

직업별 AI 대체 위험도, 왜 다를까 반도체공학자 18% 전체 직업 평균 40% 의사·변호사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반복 업무일수록 AI 위험도가 높아진다 자료: 모켓 AI자동화위험분석,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반도체공학자의 AI 대체 위험도(18%)는 전체 직업 평균(40%)의 절반 이하다

그래서 입시 지형까지 바뀌고 있습니다 — '의치한약수'에서 '의치반도체'로

이 흐름은 대입 단계까지 내려왔습니다. 진학사 입시전략 자료에 따르면 2026학년도 정시에서 반도체공학 계약학과 모의지원은 51% 급증한 반면, 컴퓨터·SW 계열은 21% 줄었습니다. 서울경제 보도에서도 대학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취업에 유리한 전자공학을 택하는 비율이 뚜렷이 늘었다고 확인됩니다.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를 뜻하던 '의치한약수'라는 말이, 이제 '의치반도체'로 바뀌어 불린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험 하나 통과하면 평생이 보장되던 시절의 셈법이,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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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AI 시대에도 변호사는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가지 반대 사례도 짚어야 공평할 것 같습니다. 로이터를 인용한 국내 보도에 따르면 2026년 미국 로스쿨 지원자는 8만 2,484명으로 2010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AI가 법률 문서를 대신 써주는 시대에 오히려 지원자가 늘어난 겁니다.

같은 보도는 이걸 "AI 시대에도 변호사는 안전한 직업"이라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도 짚습니다. 결국 미래에는 AI와 경쟁하는 변호사보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판단력을 갖춘 변호사가 살아남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국내외 방향이 정반대로 보이지만, 결국 하려는 말은 비슷합니다. 시험에 붙는 것 자체보다, AI가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는 것입니다.

전문직 자격증이 예전만큼 확실한 보장이 아니게 된 시대입니다. '자격증만 따면 끝'이라는 계산이 흔들리고 있으니까요.

지금 진로를 고민 중이시라면, 자격증이나 학위 자체보다 그 일 안에서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를 먼저 따져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반복 가능한 일인지, 사람의 판단이 계속 필요한 일인지가 결국 갈림길이 될 테니까요.


참고 자료

  1. "졸업장보다 실무"…전문대 유턴 2500명 역대 최대 — 언론 보도(교육부 통계 인용), 2026-04-20
  2. 합격해도 회계사 못 되는 시대... 공급과잉에 AI 대체, 미지정 회계사 쌓인다 — 언론 보도(금융위 통계 인용), 2025-12-02
  3. AI發 변호사 일자리 쇼크?…10대 로펌은 더 뽑았다 — 한국경제, 2026-04-12
  4. 수험생들 꿈이 '의치한약수'에서 '의치반도체'로 바뀌었다 — 언론 보도(AI 분석 사이트·한국직업능력연구원 인용), 2026-07-21
  5. AI가 법률서류까지 써주는데… 미국 로스쿨 지원자는 2010년 이후 최대 — 언론 보도(로이터·LSAC 인용),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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